시와수필

오귀순 두번째 조국사랑(오귀순)

webmaster 2016.03.27 15:48 조회 수 : 58

상점에 가면 기뻐진다.  사지는 않아도 마음이 사로잡힌다.  각양 꽃들이 담긴 화분, 갖가지 사연을 품은 카드, 유혹하는 연필, 미소를 자아내는 귀여운 장난감을 만난다. 또 하나 아무리 큰 마트라도 한 번에 찾아 갈 수 있는 곳이 있다. 그 곳은 미국 국기를 진열해 놓은 곳이다. 성조기, 7개의 빨간 줄, 6개의 하얀 줄, 50개의 흰 별. 서서 들여다 보고 만져보고 다 아는 숫자를 세어보기도 한다. 난 내가 왜 그러는지 몰랐다.

딸네가 며칠 휴가를 떠나고 손주들이 우리 집으로 왔다.  4살짜리 슈트케이스 안에는 자동차가 이십 여대가 들어있었다.  8살짜리는 인형, 책, 옷가지 들이 예쁘게 접혀있다. 엄마가 옆에 있을 때는 할머니란 존재는 실권이 없다.  또한 바쁜 할머니는 맘은 있어도 놀아주지 못한다.   

이번 형편은 틀리다.  내가 다리를 다쳤고 도우미 아주머니 계시니   시간을 만들기만 하면 된다. 아이들은 들고 온 소지품을 꺼내며 놀기 시작한다.  퍼즐을 꺼내 미국 지도를 맞추어간다.  가만히 보다가 오하이오 좀 찾아볼래 하니 얼른 손에 든다.  오하이오는 할머니가 살던 곳이고 겨울엔 영화 frozen처럼 눈의 왕국이 되고 빨간 새와 사슴가족이 늘 뒷마당에 오고 간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아이는 눈 이야기에 반색하며 좋다고 한다.  오하이오에 가고 싶다며 날 바라본다.  

캘리포니아는 멋져 보이고 이모가 살고 있는 뉴욕엔 자유의 여신상이 좋다고 한다.  한 도시씩 불러보라고 했다. 플로리다, 켄터키, 유 타, 미네소타, 일리노이, 콜로라도--- 모두 귀에 익은 도시들이다. 손녀딸이 불러주는 주(州) 들이 정감으로 다가온다. 이 땅에서 산 세월이 얼마인. 내 삶의 삼분지 이를 이곳에서 살았다. 

마음속에는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가리라. 나의 조국 대지 위에서 남은 생애를 보내리라. 버스를 타고, 전철을 기다리고 높은 지하도 층계를 올라가리라. 겨울에는 오징어와 땅콩을 사서 주머니에 넣고 코트 깃을 세우고 걸어보리라.  구석구석 조그만 상가가 있고 인파가 몰려가고 몰려오는 작은 곳. 어린 시절이 머물러 있고 어머니의 묘가 있는 대한민국 조국으로 돌아가리라. 했던 생각이 지금은 아님을 오늘 깨닫는다. 나는 이 땅에 정이 들었고 깊이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예의가 바르고 신사적인 민족이다. 친절하고 웃음이 있다.  십 수년 전 시카고 에서 오하이오 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더운 한여름 안내에 의해 탑승했다. 빈자리가 없이 꽉 차 있다. 

이륙을 기다리는데 어쩐 일인지 뜨지를 않는다.  에어컨도 나오지 않았고 탑승객은 나갈 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러기를 1시간. 체구가 작고 마르고 더위를 잘 견디는 나도 땀이 철철 흐르고 숨이 막히고 짜증이 난다..  미국 분들 덩치가 산처럼 큰데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1시간을 찜통에서 그냥 참아내며 연신 땀만 닦아내고 있다.  한 마디 큰 소리가 날 만한데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날 알았다.  미국 사람들이 질서를 지켜내는 인내를. 이들의 저력을.  

손녀딸은 계속 도시 이름을 불러가고 있다.  언젠가 미국 전역을 아이들과 여행하고 싶다.  이 땅이 준 혜택 고맙기만 하다.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었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교육의 문이 열려 있었고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받게 되어 있는 나라이다. 아메리카 드림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꿈이었다. 고향을 그리던   눈물도 이 땅에 흘렸고 위로도 이 대지에서 받았다.  

이젠 알겠다. 왜 성조기 앞에서 발이 머물고 바라보게 되는지. 이곳 미국은 어느 사이 나의 두 번째 조국이 되어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땅에서 번성 하게 될 나의 자녀들. 자자손손 미국의 국기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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