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수필

오귀순 당신은 종달새(오귀순)

webmaster 2016.03.27 17:00 조회 수 : 95

새 소리가 좋아서 발을 멈추고 듣는다. 새의 모습이 귀여워서 먹이를 뿌려주며 가까이 와 주길 바라기도 한다.  훌쩍 나르는 새를 서운해하며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본다. 그 중에서도 종달새를 좋아한다.  영어 이름이 더 좋다. Lark 푸르른 봄, 아침, 자유, 화창함을 상징하는 종달새. 수 많은 노래 가사와 음악이 되어 우리들에게 희망을 전해준다.

미모의 여인이 있다.  학벌이 좋았고 똑똑했다. 남편은 성실했고 단란한 가정에서 부러울 것이 없어 보였다. 피아노도 잘 쳤고 노래도 잘 불렀다. 가정의 아이들도 예쁘게 자라가고 즐거움만 가득한 삶이었다. 나는 그녀를 보면 종달새를 연상했다.  자유로움과 싱그러움 자신감으로 가득해져 높이 나르며 노래하는 종달새. 그러나 어느 날 그녀는 집안에서 일을 하다 쓰러졌다. 뇌 문제라 했다. 장시간 수술을 해야 했고 간신히 깨어났다. 그 후 다리를 사용치 못하게 되었다.

죽을힘을 다해 수년에 걸쳐 재활 치료에 임했으나 결국 포기한 듯했다. 시도하던 그 외의 모든 것들도 하나 둘 그만두었다. 그때도 난 그냥 그런가 하고 생각했다. 얼마나 힘드냐고 따스한 말 한마디 하지 못했었다.  그녀는 여전히 화목한 가정의 주부로 잘 살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모임에 가면 줄을 서고 차례를 기다려 음식을 배당 받는다.  그럴 때도 그녀는 윌체어 타고 혼자 식탁에 앉아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줄을 서고 싶은지 몰랐다. 희희낙락하며 긴 줄을 선 사람들 속에 낄 수 없는 절망감을 눈치채지 못했다. 내 눈엔 탁자에 앉아있는 몸만 보인 것이다. 물이 있는 곳으로 모두가 놀러 가도 저 멀리 앉아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연주회에 준비해간 꽃다발은 늘 다른 사람이 전달했었다. 나는 그때도 몰랐다. 그녀가 얼마나 아프고 괴로운지. 어느 날 인가 잠시 그녀의 곁에 내가 서 있게 되었다.  이런 저런 말을 주고 받다가 갑자기 “미세스 오, 난 죽고 싶어” 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도 그 내용 안에 들어있는 그녀의 몸부림을 알지 못했다. 그저 힘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 듯 하다. 사치스러울 정도로 고급 옷들을 번갈아 가며 입고 다니던 여인. 다양한 귀금속 장식품이 썩 어울렸었다. 높다란 구두 신고 멋진 옷을 입고 색 맞추어 가방 들고 한 번이라도 걸어보고 싶어서 흘리던 눈물을 몰랐다. 걷지 못하는 운명과 싸워야 하는 치열한 괴로움을 난 멀리서만 바라보았다.    

이제 내가 다치고 돌아보니 그녀의 모습이 선명히 떠오른다. 커다란 눈이 이야기해 주던 아픔을. 지금의 나 라면 언제나 제일 먼저 그녀 곁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활짝 웃으며   윌체어를 밀어 줄을 서게 해 주었을 것이다. 따스한 밥과 반찬을 넣어주며 그녀의 식성을 관찰하고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반찬을 익혀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 번쯤은 그녀를 위한 맛 난 저녁을 준비할 것이다. 연주회에 함께 있었다면 직접 꽃을 전할 수 있게끔 도와 드렸을 것이다.  

장애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사랑스러운 일을 할 때 당당히 나서야 한다고 격려해 드렸을 것이다. “미세스 오. 난 죽어 버리고 싶어” 라고 말 한다면  “당신은 종달새입니다. 다리를 다친. 날 수가 없고 푸른 창공에서 노래 할 순 없지요. 하지만 종달새의 노래는 여전히 아름다워요.  희망으로 절망을 이기는 노래를 저희 모두를 위해 불러주세요. 하실 수 있지요?” 충심으로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사람에게 다가오는 시련을 견디는 일은 심한 고통이 따른다.  하나 아픔 없이 얻어지는 결과가 어디 있겠는가.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내 아픔을 통해 누군가를 이해하게 된다. 지나간 시간에 머물던 그녀의 모습이 다가온다. 특별히 우리 가족을 많이 사랑해 주던 그녀. 미안하다.    연락처를 수소문하여 찾아 내었다. 전화 버튼을 누른다.  가슴이 뛴다. 무슨 말 부터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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