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수필

오귀순 장구사랑 (오귀순)

webmaster 2017.02.12 14:20 조회 수 : 3

사랑에 빠진 사람을 본 일이 있는가. 사람이나 음악 혹은 자연이나 미술 그 대상이 어떤 것이라도 사랑하게 되면 생각과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늘 함께하고 싶고 바라만 봐도 행복해진다. 요즈음 나는 사랑에 빠져있다.

“3층이에요“ 주차장에서부터 상기된 얼굴들이 보인다. 무언가 기쁜 일을 하러 가는 듯 웃으며 한 곳을 향해간다. 그 사람 중에 끼여가면서도 난 돌아가고 싶었다. 누군가 내 모습을 유심히 봤다면 망설임을 보았을 것이다. 자신도 없고 처음 대할 선생님과 학습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에 불안했다.  

얼른 아무 곳이나 앉는다는 게 하필 선생님이 빤히 보이는 곳이다.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갈 용기는 없다. 생활한복 같은 까만 옷을 입고 꽃고무신을 신고 머리엔 큰 리본이 보인다. 장구를 앞에 놓고 단아 하게 앉아 계신 분이 선생님임을 한 번에 알 수 있다. 아! 그 유명하신 분.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세계를 다니셨다는 그분이구나.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여러분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경험자나 초보나 똑같이 기초부터 배우게 됩니다. 대학교 학생들에게 가르치던 그대로 수업을 진행하겠습니다.” 목소리에 넘치는 생기가 있다. 작고 갸름한 얼굴을 지닌 젊고 사랑스러운 모습의 여인이 내 선생님이라니.  

내 어린 시절 선생님은 뾰족구두를 신고 다니셨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학교로 향하는  길 위에 구멍이 뽕뽕 나 있었다. 난 늘 그 구멍을 따라가며 학교에 도착했고 너무나 즐거웠었다. 그 시절이 팔랑거리며 내게로 오는 듯하다. 잠시 어색함도 잊고 과거와 현재의 선생님 사이를 오고 가다가 퍼뜩 정신이 든다. 앗! 장구채 잡는 연습이다. 어떻게 하는 것인가? 쩔쩔맨다. 가슴이 뛰고 얼굴이 붉어지고 땀이 흐르고 입에 침이 마른다. 옆에 분들은 어찌 저리도 잘할까! 부러운 눈초리로 흘금흘금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어떤 분이 “ 장구가 꼭 있어야 하나요 라고 질문을 한다. 국어 시간에 수학책을 가지고 수업을 할 수 있을까요? 라는 선생님의 답변에 학생들이 한바탕 웃었다. 유머를 곁들인 수업시간 찬찬히 쉽게 간단하게 가르침을 받는다. 회가 거듭될수록 지녔던 불안도 없어지고 흥겹고 즐거운 시간이 된다.

오래전 타 주에서 친구의 장구 수업을 곁눈으로 본 적이 있었다. 복잡하고 어려워 보였다.   친구는 어릴 적에 배운 경험도 있고 연습도 많이 하는듯싶었다. 그러나 결국 오래지 않아 포기했다.  그때 장구는 어렵고 복잡해서 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쉬운 학습을 받아가며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장구에 마음이 쏠리니 궁금증이 늘어간다. 자료를 찾아보니 “장구는 중국에서 만든 악기로 악학궤범에는 고려 시대 송나라로부터 들어왔다는(1114년) 기록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보다 오래전 삼국시대부터 임을 예측한다. 고구려 벽화 가운데 장구를 연주하는 모습이 있고 신라 고분에서 장구를 연주하는 모양의 토우가 출토되었다고 쓰여있다. 그렇게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악기로 사용되었던 장구. 한 많고 눈물 많은 우리 선조들의 생애 속에 흥겨운 울림으로 위로와 소망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앞으로 또 수백 년 자손 대대로 자랑스러운 민족의 혼을 이어갈 악기임이 분명하다.

선생님께서 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하신다. 몇 주밖에 안 됐는데 벌써 작품을 만들다니. 가슴이 뛴다. 집에선 젓가락을 사용해 연습하고 숟가락을 사용해 배운 장단을 외우려 한다. 노트를 열심히 하고 밤이 되면 마음속에 간직된 조용한 노래에 하모니를 만들어 본다. 장구 사랑에 빠진 나는 매주 토요일 배우는 둘루스 문화센터 수업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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