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수필

오귀순 설원위에 피는꽃(오귀순)

webmaster 2017.02.12 14:51 조회 수 : 18

흔하지 않은 정신을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설원 위에 꽃이 피듯이, 한겨울에 어느 하루 따스한 날 노랑나비가 날아들듯이, 먹구름낀 밤하늘 한쪽 맑은 부분에서 별 한 개 반짝임을 찾아 내듯이. 그렇게 경탄을 불러오는 사람이다.

내가 아는 그녀의 생일이 가까워 오기에 전화로 계획을 물었다. 난민 거주지에 가야하는 날이기에 무척 바쁘다고 했다. 일은 바쁜 사람에게 시켜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보통 사람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녀에게 꼭 맞는 말이다. 얼마나 바쁘게 사는지. 나 같은 사람이 집안, 가정, 자녀들에 매여 산다면 그녀는 집안을 돌보며 나눔을 실천해 가는 사회봉사에 앞장선 여인이다.  

이번 일만 해도 그렇다. 가난한 엄마와 아기들이 머무는 곳엘 가기로 계획을 했다. 연휴로 날짜를  잡아 어린이들과 함께 과자를 만들었다. 말이 과자를 만드는 일이지 차편 제공도 해야하고 재료 준비 외에도 아이들은 모이면 가만히 있는 게 불가능하다. 뛰고, 넘어지고, 숨고, 소리지르고, 울고, 싸우고 ,올라가고, 내려가고,  물울 엎지르고, 정돈이란 애초부터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런 아이들을 먹이고 달래가며 함께 하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까마득하다.  밀가루에 손을 묻히면서 뺨은 붉어지고  흥미롭게 눈을 반짝이면서 만들기에 열중하는 아이들.  별, 꽃, 풍선, 토끼, 장난감등 그들의 생각과 마음을 담아 태어나는 과자 모두가 즐겁고 귀여운 모습이다.  반죽이 과자가 되어 나옴을 보며  만족감과 애착을 보이는 아이들.  분홍빛 작은 얼굴에서 달콤한 과자 냄새가 난다. 

교회에서  바자회를 했다. 자신이 만든 과자가 1불에 팔리고 2불에도 사고 하니 돈을 받아들고 싱글벙글이다. 그 날 나온 수익금을 가지고 말트에 가서 가져갈 선물을 모두 사가지고 왔다. “ 3살 짜리 아기 것 5개 골라와 하니  “ 기뻐서 겅중겅중 뛰며 물건을 가져온다. 받을 사람의 나이와 수량을말해주며 선물도 아이들이 고르게 했다. 어려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고 돕는 일은 사랑이고 정성이며, 기쁨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며칠 뒤 이 추운 겨울에 아기가 있으나 거처할 곳이 없는 엄마와 아기들이 임시 머무는 곳으로 간다.  2시간 가량 그곳 어린이들과 함께 할 게임도 준비해야 한다. 너무 바빠 자신의 생일은 생각할 수도 없고 대충 지나가면 된다고 했다.  

 이보다 더 좋은 교육이 있을까. 부모님이 아닌 처음부터 어린이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바자회 열어 팔고,  마트에 가서 선물을 사고, 어린 손에 의해 일일이  포장하고  쉘터에 가서 전달하는 순서까지.  그녀의 가르침에 주목하며  자라가는 어린이들, 그들은 사회봉사의 기쁨을  배워 간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 볼 것이다. 작은 것을 나누는 일부터 충실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들은 서로돕고 도와가는 멋진 세상을 이루어 낼 것이라고  믿어진다.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긴다. 내가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사람이다.  조용하게 숨겨진 곳에서 희망을  창조하고  빛을 이어가는 사람,누군가에게 필요한 일이라면 견뎌야 할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말없이 따스한 행실로 사랑을 말해 주는 사람.

 겨울, 춥고 얼어붙고 메마른 계절이다. 그녀를 바라보며 꽃을 생각한다. 겨울을 녹일 수는 없지만 잠시 겨울을 잊게 해 주는 꽃. 눈보라 속에서도 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꽃. 아직도 이 세상은 살만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는 꽃. 그 꽃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차가운 설원 위에 피어서 보는 모든 이들에게 행복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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