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수필

오귀순 괜찮니 ? (오귀순)

webmaster 2017.03.28 16:51 조회 수 : 2

자주 다니는 길에 스탑 사인이 4개가 있는 지점이 있다. 거리가 멀지 않아 서로를 보고 웃을 수 있을 만큼 가깝다.  오늘 동시에  다른 차와 서게 되었다. 손을 흔들며 먼저 가라고 한다.  웃으며 손짓하는 분은 연세가 많으신 미국 할머니이시다. 짧은 시간 이였지만 고개가 숙여진다.  저 모습으로 평생을 살아왔기에  양보하는 삶이 몸에 배인것일까?  문득 몇십년이 지난 오늘도 잊히지 않는 미국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아이들의 운전사가 되어 살아갈 때의 일이다.  차 안은 늘 시끄럽다. 스낵 먹고 장난치고  투정부리는 아이들.  시디 소리, 이야기, 티각 거리며 다투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엄마인 나는  마음이 분주하다.  여기 가선 피아노 레슨 받고 연습도 시켜야 하고 저녁은 무엇으로 해야  하나  장도 보아야 하는데. 그러다가 빨간 신호에서 서지 못하고 앞차를 박았다. 악! 얼마나 놀랐는지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쿵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벼락이치는 소리처럼 내게 들려왔다.  

아이들은 일제히 조용해지고  차 안은 공포의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 시간이 몇 분도 안 되는데  마치 몇 시간인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지나간다.  남편을 불러야 하고,  경찰이 올 것이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놀래서 울고 싶을 뿐이였다. 우물안 개우리 처럼  집 안에서만 말도 하고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언성도 높일 수 있었지  정작 나가면 일체 입을 다물고 살던 시절이다. 영어가 어렵고 한국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운 곳이었으니까.  부득불 영어가 필요하면 남편이 해결사가 되어 주곤 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이 우주를 돈다.  

그 떄 누가 유리창 문을 두드린다. 쳐다 보니 미국 할아버지셨다. 얼굴이 동그랗고 하얀 머리칼에 키가 작은 분이다. 빙긋이 웃으며 첫 마디가 다친데 없니? 괜찮아? 목소리가 부드럽다.  아이들도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니 가만히 쳐다보며 고개만 끄덕이고 있다. “ 너희들이 괜찮으니 참 다행이구나” 경직된 나와 아이들 모두 마음이 놓인 순간이었다. 먼저 우리를 살펴주고 할아버지는 자신의 차 뒷부분으로 가서 여러 방면으로 살펴보셨다. 약간 기스가 있으나 네가 범퍼를 박았기에 괜찮다고 한다. “ Don’t worry  I will let you go “ 라는 말을 남겨놓고 손까지 흔들어 주며 가셨다. 수백만 가지를 생각하며 잔뜩 긴장했던 순간. 그냥 가라니?  소리가 아주 크게 났었는데…뛰어나가 고맙다, 아니면 죄송하다 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그 것도 못하고 그냥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참 많은 것을 생각했었다.  보상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첫마디가 괜찮니? 였다.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배려를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살아가면 저렇게 다정한 모습으로 늙어갈 수가 있을까.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고상한 인격은 아닐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지켜온 예의와 관대함이 습관이 되어 여유로운 인격으로 완성되어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미국 할아버지의 괜찮니? 라는 물음은 작은 한국 여인의 삶에서 수십 년간을 잊혀지지 않는 고마움이 되어  있다.    

 스탑 싸인에서 만난 피부와 머리가 하얀 할머니. 오래 전 차 사고로 인해 만났던 할아버지.  다시 만날 수 없을 두 분께 드리지 못했던 인사를 한다. “ 정말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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