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수필

추수 감사절을 맞으며 오랜만에 아이들이 사는 워싱턴DC로 여행을 떠났다. 비행장에는 기다리고 있는 가족이나 친지들을 찾아가는 수많은 인파로 차를 세워 놓을 자리를 발견하기 힘들고 비행기에는 좌석이 모자라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느라 떠들썩하다. 사람들은 양손에 들고 있는 짐꾸러미와 묵직해 보이는 끌고 가는 가방 때문에 힘들겠지만,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즐거운 발걸음으로 움직이니 나도 함께 신이 났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고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아름다운 모습들을 상상해본다.  

 

양팔을 벌리고 달려와 매달리는 꼬마 손녀딸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시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고 자기가 만든 선물로 나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란다. 큰 손녀와 손자는 일 년 사이에 훌쩍 자라서 나보다도 훨씬 커졌고 “아이 미스드 유( I missed you!)”하고 멋쩍게 웃는다. 본 지가 오래됐어도 강아지까지 껑충껑충 뛰고 꼬리를 흔들며 내게 매달린다. 우리를 알아보며 반갑다고 인사하는 것이란다.

요새 젊은이들은 재주도 많고 기력도 좋아 금세 멋들어진 각가지의 감사절 음식으로 상다리가 짓눌린다. 근처에 사는 친척이 없는 친구들도 함께 모여 방안은 이런저런 쌓였던 집안 얘기, 농담 섞인 정치 얘기, 스포츠 얘기 등으로 웃음이 그칠 줄 모른다. 이렇게 서로 만나려면 크고 작은 고충도 있겠지만 기다린 끝에 이루어진 만남의 기쁨이 내 가슴을 뿌듯하게 한다.  

 

감사절 다음날인 11월의 마지막 금요일은 미국에서 최대의 세일을 하는 블랙 프라이데이 (black Friday) 날로 고가 물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사고자 어떤 이들은 일 년 내내 기다린단다. 한밤중에 추위도 잊은 듯 텐트를 치고 상점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 중에는 돈을 받고 자리를 잡아 대신 기다려 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추석이나 설 대목과 비슷하지만, 미국의 어떤 업체에서는 1년 매출의 70~80%가 이 시기에 이루어진다고 하며 재고도 많이 정리할 수 있단다. 어떤 기업들은 이 시기에 적자(red)에서 흑자(black)로 전환돼서 블랙 프라이데이란 명칭이 유래됐다고 하는데, 필라델피아 경찰들이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혼잡한 도시를 비꼬아서 그런 이름을 처음 썼다고도 한다. 많은 사람이 원하고 기다려서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면 블랙 프라이데이는 바람직한 날이지만, 감사절 시기에는 그 의미를 잊지 말고 감사의 표시를 내 손길을 기다리는 마음에 나누어 주면 좋겠다.  

올해도 추수 감사절에 곧이어 성탄을 준비하는 4주간의 대림 시기(Advent)가 시작됐다. 대림이란 말은 라틴어 Adventus에서 유래됐고 본래 로마 황제가 즉위한 후 어떤 지역을 처음 방문하고 함께 머문다는 것을 뜻했다. 후에 그리스도인들이 대림이란 용어에 하느님의 강생 (성탄)과 재림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시기라는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따라서 대림 시기에는 마음을 깨끗하게 (회개와 보속) 할 뿐 아니라 기쁨과 희망으로 오시는 구세주를 맞이하도록 준비하는 때이다.

고리 모양의 대림 환에 매주 하나씩 밝히는 네개의 촛불은 초의 색에 따라서 특별한 가르침이 있다. 깨어서 기다림과(보라), 회개(연보라), 기쁨(분홍), 예수님 탄생 예고(흰색)를 알리며 동서남북 즉 온 세상 모든 곳에 시작도 끝도 없이( 화환) 구원의 빛이 영원히 비춘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해 대림 시기에 나는 무엇을 기다리며 그분을 맞이하기 위하여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나의 기다리는 마음을 점검해야겠다. 혹시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이나 하고 싶은 것을 못다 함을 안타까워하고 해결해야 하는 매일 매일의 걱정 때문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지나 않은지! 올해 대림에는 언제나 함께하여 주시는 그분을 마음속 더 깊숙이 모시도록 준비하고, 기다리는 마음에 동그란 화환을 만들어 촛불을 밝혀 내 삶 속에서 그분의 사랑이 번창하도록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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