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수필

오귀순 푼타 캐나 (오귀순)

webmaster 2017.04.19 22:19 조회 수 : 25

여행을 다녀보면 내 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지. 우리가 얼마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인지 실감하게 된다. 이번 여행이 그런 것을 일깨워 주었다.

애틀랜타에서 비행기로  3시간.  도미니카 공화국이다. 공항에서 30분 정도 차를 타고 들어가 푼타 캐나에 도착했다. 호텔 라비에 들어선 우리는 크고 막중한 고대식 건물이 주는 압도감에 사로잡힌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는데 어느 여인이  장밋빛 주스를 건네어 준다. 웰컴 푼타 캐나!   미소로 이야기하며.  

 일이 많아  며칠 뛰어다녀야 했다. 끝내고 와야 할 일 때문에 남편도 밤새 잠을 못 잤다. 지금 주스를 마시며 사방을 돌아보니 이제야 여행 실감이 난다. 마음이 해방을 얻는 듯 자유로워진다.  아! 여기 왔구나.  바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나는 듯하다. 야자수가 늘어선  오솔길을 걷고, 작고 예쁜 다리를 건너 꽃들이 방실거리는 길을 지나 바다에 도착했다.  왜 모두 바다를 찾아 오는 것일까?  자유,  평화, 아니면 시원함을 찾아? 생각이 끝을 맺기도 전에 남편은  바닷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어린 아이처럼 첨벙거리며 물속을 넘나드는  모습이 귀엽다.  난 하얀 모래위를 맨발로 걷는다.  사람의 체온처럼 따스하고 아기의 살결처럼 보드랍다.  마치 빨간 카펫 위를 걸어 들어가는 유명한 배우처럼  모래 카펫 위를 걸었다.  늘어선 야자수와  바다의 환호성을 들으며.

다음날 우리는 도시를  돌아보기로 했다.  정해진 시간에 나가보니 군인 전용기 같은 차가 기다리고 있다.  창문이 없기에 먼지와 소음이 그대로 들어온다. 비포장도로를 덜거덕거리며 달린다.  눈에 들어오는 시가지. 한국의 60년대 같다고 했다. 거리엔 싸인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려있고  검고 마른 개가 수없이 많고  더운 나라임에도 양철지붕이다.  빨래가 길게 널려있고  뽀얀 먼지와  이상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곳을 지나간다. 어린이들이 공부하는 학교라고 했다.  여행객들의 차가 정지하자 아이들이 창문으로 뛰어 오더니 돈 좀 달라고 손을 벌린다.  

또 다른 곳에서는  칡뿌리 같은 것을 가져와서 사 달라고 호소한다. 그들의 눈이 얼마나 간절하고 슬퍼 보이던지.   부모들이 캐온 것을 팔아 오라고 한 것 같다.  삶의 고달픔을 눈으로 이야기한다.  관광지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는 가난의 냄새가 풀풀 나고 있다. 가난이 거리에 공기에 사람들 속에 가득히 쌓여있다.  개발이 어디서부터 이루어져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런 날이 올 수는 있는 것일까.  답답하다.  

투어는 장시간 계속된다. 웅장한 성당, 초콜릿과 커피를 직접 만들어 주는 곳, 마카오 해변을 끝으로  다시 풍요가 넘치는 관광지 호텔로 돌아왔다. 밤이 되고 별이 빛난다. 오늘 다녀온 시가지의 가난한 모습이 가슴에 남아있다. 그들은 한낮의 더운 열기가 수그러진 양철 지붕 밑에서 쪼그리고 잠을 청하겠지. 내일 양식을 위해, 그리고 아이들만은 칡뿌리 장사에 네몰지 말고 공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할 것 같다.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을 테니까.  

내가 누리고 있는 수많은 것들,  건강하고 밝고 풍요로운 도시에  살고 있다. 오늘을 일구어 놓은  앞서간 세대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된다.  우리도 차 세대에게  좋고 평화로운  나라를 인계해 주어야 하는 책임감과 함께  미국이라는 땅에서 사는 축복을 되새겨 보는 기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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