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수필

오귀순 하린이 (오귀순)

guisun 2017.08.16 16:40 조회 수 : 10

                                         하린이

손녀딸 하린이. 꼬마 요정, 아니면 엄지 공주 같다. 아직은 고민이 없고 슬픔이 무엇인지 모르고 두려움도 없는 밝고 즐겁기만 한 아이.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백설 공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동화 나라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오목조목 볼록한 볼, 반달 같은 눈썹, 크고 깊은 눈, 귀여운 코, 장미꽃 입술을 지녔다. 이제 막 다섯 살이 된 아이는 노래, 춤, 연극, 영화장면을 묘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따라 까만색 망사 원피스에 허리 부분에 빨간 꽃이 달린 발레리나 복장이다. 우리 집에 오면 가족들 둘러앉은 자리에서 퍼포먼스를 한다. 학교에서 배운 노래, 교회에서 배운 율동, 짐래스틱, 태권도 시범까지 레퍼토리가 다양하다. 아이들이 오면 떠들썩해지고 분위기 자체가 가벼워진다. 열심히 들어주고, 크게 칭찬해 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다. 오늘은 발레를 한다고 한다. 아이의 엄마가 디즈니 만화 영화 모아나에 있는 음악을 준비하자 갑자기 심각한 얼굴이 되더니 준비 자세로 돌입한다.

음악에 맞추어 무슨 대단한 극단에 세워진 배우처럼 발레를 시작한다. 양손을 가만히 내밀어 누군가를 안는 흉내를 내더니 다리를 들어가며 살며시 돌고, 기다란 속 눈썹을 가만히 내리고 무용에 몰입한다. 긴 노래가 모두 끝나도록 조그만 장미꽃 입술을 오물거리며 노래하고, 춤을 춘다. 난 잠시 놀랐다. 쉬지 않고 움직이고, 말하고, 뛰고, 날아다니는 듯한 요정 같은 아이가 아니다. 지극히 외로운 사람을 자신이 사랑해 주어야 하는 것처럼, 그 어떤 이의 시린 사연을 가슴에 품어 주어야 하는 것처럼 사랑의 몸짓을 내보이며 춤에 몰두하고 있다. 사랑의 의미와 내용을 간파한 사람 같은 몸동작이다.  

 잠시 생각에 잠긴다. 아이가 누군가를 안아줬다면 인형이 있다. 언제나 안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또 아이가 지극히 사랑하고 아끼는 개도 있다. 개는 그 집안에 애완용이니 늘 안아주고 쓰다듬어 줄 것이다. 또 무엇이 있을까? 얼른 생각이 나질 않는다. 캥거루처럼 엄마 아빠 가슴에서 살아온 아이. 다섯 살 나이에 누군가를 안아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으련만. 눈물을 아파해 줄 수 있는 나이는 아니련만. 어떻게 저런 동작을 할 수 있을까? 

난 저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안아주고 싶어 가슴이 타는, 품어 주고 싶어 안타까운 몸짓. 고단한 길 함께 가자고 눈으로 몸으로 말할 수 있을까? 아이를 보며 부끄러웠다.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삶이. 더 많이 안아주는 것을 연습해야 함을 느낀다. 어머니, 친구, 남편, 가족, 그 상대가 누구이든 간에. 난 널 사랑해. 라는 눈빛을 지니고 싶다. 눈을 보면 사랑의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나는 더 많이 연습하고 실천해야만 한다.

가족들의 환호를 받으며 아이의 퍼포먼스는 끝이 났다. 아이고, 내 강아지. 넌 최고다. 최고. 완전 하이퍼 할머니가 되어 기립 손뼉 쳐주고, 발을 구르고, 앙코르를 부르짖으며 손녀딸을 가슴 깊이 안아준다. 작고 부드러운 감촉이 내 가슴에서 살아 꿈틀댄다. 그래. 그렇게 자라거라. 사람들을 뜨겁게 안아주고 그 사랑스러운 눈동자 안에 품어주렴. 안아주는 연습 많이 하고 훈련해서 그 것이 네 삶이 되고 네 인생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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