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수필

음식을 씹는데 갑자기 예리한 통증이 왔다. 살금살금 밥알 외에는 감히 넘볼 수가 없었다. 평생 오른쪽 어금니를 혹사했으니 이제 탈이 날 때도 되었다. 중학교 때 충치가 생겨 때워주고 그 후 몇 번이나 재정비해 주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왼쪽으로 먹자니 마치 왼손으로 글을 쓰는 것 같이 어색했다. 삼키는 것조차 그 맛을 몰라보는 것 같았다.

                 지난번에 치과에 왔을 때 내부 수리를 한다고 어수선한 것을 보았는데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바뀌었다. 의자에 누워 의사를 기다리는 동안 간호사가 마사지를 틀겠냐고 물었다. 의자가 들들 흔들리면 정신만 오히려 혼미해질 것 같아 싫다고 했다.

엑스레이에 찍힌 치아가 바로 눈앞에 있는 컴퓨터 화면에 떠 그것을 보느라 심심치 않았다. 이 뿌리가 든든하게 박혀 있고 그 아래 구석구석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실핏줄이 거미줄처럼 빈틈없이 얽혀 있다. 셀 수도 없는 이 한 줄기 중에 어느 하나가 고장이 나면 손가락에 가시 박힌 것처럼 아플 것이다. 도대체 신경은 얼마나 많은 것일까. 나도 모르는 사이 이것들은 자동 작동이 되어 좋거나 싫거나 주는 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의사가 플래시로 아픈 이를 보는가 했더니 사진을 찍은 것이었다. 화면에 몇 배로 확대된 어금니가 떴다. 그것을 보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풍파를 겪은 세월의 상처였다. 빛을 잃어가는 이빨은 빙하의 얼음에 쩍쩍 금이 가듯 갈라져 있었고 달 표면에 행성이 떨어져 파인 자국으로 울퉁불퉁했다. 그 가운데는 은빛 땜질한 것이 호수처럼 놓여 있었고 그 사이로 거무스름한 줄기가 흘러내리고 있다. 저 정도가 될 때까지 혹사했다니 미안했다. 그동안 고마움도 모른 채 오독오독 땅콩 질겅질겅 오징어 씹어댔다.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고쳐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의사가 말을 하지 않아도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치아를 긁어내고 그 위에 크라운을 씌우기로 했다. 아픈 쪽으로 마취가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때 무슨 이유에서 마취 없이 충치를 때우며 신경을 건드렸을 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이제는 주사 놓는 것도 아프지 않게 하려고 무디게 하는 약까지 바른다. 드디어 하나둘 신경이 꺼지며 혓바닥 반쪽 입술 반쪽 그리고 입가에 감각이 없어졌다. 굴착기 땅을 파듯 긁어내기 시작했다. 물이 얼굴에 튀지만 닦아 주는 것은 그들의 영역이 아닌 것 같다. “쾍쾍” 목구멍에 찬물이 화산처럼 튀어 오르자 그제야 물을 빼 준다.

                 정의를 위해 고문당한 의인들이 생각난다. 이렇게 편안하게 한다. 신경 하나만 건드려도 소름이 끼치는데 그 아픔을 어떻게 견디어 냈을까. 어느 영화에서 아군 여자 스파이가 나치 비밀경찰에 잡혀 생손톱 하나를 잃는다. 고통에 못 이겨 모든 비밀을 실토해 버리는 그녀를 탓할 수 없었다. 그러할 진 대 온갖 고문을 불사한 순교자들이나 애국자들을 기리지 않을 수 없다.

신경을 죽이면 찔리고 피가 나도 그 고통을 모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 또한 무지한 소리다. 아프지 않아 좋기는 하지만 입이 삐뚤어져 흉측하게 돌아가고 말이 헛나온다. 차갑게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본다. 목구멍에 신경이 혼란스러운가 보다. 반쪽으로 느끼는 쌉쌀함은 그 맛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며 찬 얼음 녹아내리듯 서서히 감각이 되돌아오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인가. 며칠이 지났는데도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듯 밥 톨은 괜찮은데 김치 조각 하나만 들어가도 경기를 일으킨다. 최첨단의 기술이건 만 아픈 신경 줄 하나를 찾아내지 못한 것 같다. 치과에 또 가야 할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 난다. 예전엔 그런 것 없이도 잘도 고치더구먼. 인터넷과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서 삶의 질도 그와 비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마사지 의자 그리고 기가 막힌 사진도 필요 없고 아프지 않게 치료나 잘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괜한 투정을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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